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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10회

2019 공모전 수상작

(1등)
박제헌

(2등)
조정한-3인팀

(3등)
정승원

(1등)
문진희

(2등)
조성령

(3등)
김대규

체험수기 당선작

1등:"할머니가 높은 요금제를 원하셨잖아요!"

-최옥숙

“당신 지난달에 핸드폰 바꾸지 않았어? 그런데 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지?” 내 앞으로 나온 휴대전화 요금명세서를 확인하고 남편이 깜짝 놀라 묻는다. 이상한 생각에 요금명세서를 건네받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 달 전쯤 휴대전화와 통신사를 함께 바꿨는데, 요금이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이 나온 것이다. 이럴 땐 평소 무엇이든 꼼꼼하게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어 다행이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할 당시 세부 계약내용을 적어놓은 수첩이 있었다. 서랍에서 수첩을 꺼내와 요금명세서와 대조해 보았다. 요금명세서의 세부 내용과 구매 당시 휴대폰 판매점 직원에게 듣고 적어놓은 내용이 맞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난달 말에 판매점에서 내 통장으로 입금해준 기존 휴대전화 위약금의 액수가 맞지 않아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다. 즉시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였던 판매원 박OO씨를 찾았다. 그리고 요금이 크게 차이 나는 부분에 대해 하나씩 차근차근 따져보았다.

첫째, 요금제에 관한 부분이었다. 내가 휴대전화를 구매할 당시 판매원은 휴대전화 사용패턴을 살펴보더니 “연세에 비해서 데이터 사용량이 많으시네요~ 혹시 사용하면서 속도가 느리지 않으셨어요? 데이터를 다 쓰고 나면 인터넷 속도가 매우 느려지거든요. 요금제를 높이셔서 원활하게 써보세요~ 어차피 65세 이상이시면 할인도 많이 받으시니까 요금 부담이 크지는 않을 거예요.”라며 기존에 사용하던 요금제보다 데이터가 훨씬 많이 제공되는 요금제를 추천했다. 내가 사용하던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2.5GB가 소진되면 400kbps 속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였다. 유튜브를 시청하다보면 매월 12~13일 정도가 됐을 때쯤 데이터 속도가 느려져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니에요~ 그냥 이전처럼 비슷한 데이터양과 요금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나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는 몇 번이나 더 요금제를 올려 편하게 데이터를 사용하라고 권유했다. 당시 나는 소신대로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선택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요금명세서를 받아보니 상담 당시 추천해줬던 고가 요금제에 나도 모르게 가입시켜 놓은 것이었다. 내가 원한 요금제보다 기본 제공 데이터는 훨씬 많았지만 요금도 25000원이나 더 비쌌다. 왜 이렇게 비싼 요금제로 가입을 해주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머니가 그때 데이터를 많이 쓰셔서 더 높은 요금제를 원한다고 했잖아요~.”라고 했다. 조금 전만 해도 나를 고객님이라고 부르던 직원이 갑자기 할머니라고 부르는 이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요? 난 분명히 4만3000원짜리 요금제를 쓴다고 했는데요. 이것저것 다 할인받아서 요금이 3만5000원 정도 나온다고 해서 핸드폰을 구매한 거라고요!” “아니에요. 그때 할머니께서 분명히 요금제를 높인다고 하셨잖아요.” 너무 확실한 말투로 말을 하기에 수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수첩에는 분명히 ‘요금제 4만3000원’, ‘실 납부액 3만5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판매원에게 “그때 내가 세부계약 내용을 종이에 적어서 보여드렸죠? 다 맞다고 했잖아요. 내 수첩엔 분명히 기본요금이 4만3000원으로 적혀있네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제야 “아, 물론 요금제는 원하면 언제든 바꾸실 수 있어요!”라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둘째, 위약금에 관한 부분도 차이가 났다. 휴대전화를 교체할 당시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3개월 정도 약정이 남아 있었다. 담당 판매원은 “해지 시 발생할 위약금은 모두 저희 판매점에서 내드릴 테니 이번 기회에 바꾸세요~”라며 나를 설득했다. 통신 위약금에 기계할부금까지 내준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내 돈으로 먼저 위약금을 지불하고 나면, 판매점에서는 내가 지불한 금액만큼 위약금을 통장에 넣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월말에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기계할부금 5만 원 정도가 빠진 통신 위약금뿐이었다. 기계할부금은 왜 입금해 주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는 “저희가 내드린다고 한건 통신 위약금뿐이었습니다!”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끊고 계약서와 수첩을 가지고 30분 거리에 있는 판매점까지 부랴부랴 달려갔다. 나는 담당 판매원에게 수첩을 내밀었다. 수첩에는 분명히 ‘해지 시 내가 지불할 모든 할부금과 위약금을 대신 변제해주는 조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보고서야 그는 “고객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라고 말을 돌렸다.

셋째, 구두로 약속한 것과 계약서에 적힌 약정기간이 달랐다. 계약 당시 담당 판매원은 내게 약정기간이 2년이라고 설명해줬다. 판매점까지 따지러 온 김에 혹시나 싶어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약정이 3년으로 적혀 있었다. “그때 분명 2년 약정으로 한다고 했는데, 왜 3년 약정으로 체크가 되어 있는 거죠? 여기 수첩을 봐도 ‘24개월 약정’이라고 쓰여 있잖아요. 그때 같이 확인도 했고요” 내가 묻자 담당 판매원은 “실제 통신사에는 2년 약정으로 올라가 있는 게 맞고요, 계약서상에만 3년으로 체크되어 있는 거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꺼내놓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통신사측에 전화로 확인해보겠다고 말하자, 군말 없이 약정기간을 24개월로 적은 새 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

담당 판매원은 내가 70세가 넘은 나이 든 할머니라는 이유로 내 뜻과 다르게 고가요금제로 가입시키고, 위약금 제공에 대한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또한 약정기간마저 1년 더 늘려서 계약서에 적어놓았다. 다행이 평소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계약 당일에도 적어놓은 메모내용을 담당 판매원에게 직접 확인받아 놓은 덕분에 예상 밖의 요금폭탄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해당 판매원은 잘못을 지적하는 나에게 사과 대신 황당한 변명만을 늘어놓으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고(思考)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계약서에 당사자 모르게 부당한 조건을 넣는 것은 옳지 못하다. 통신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노송엽

지금은 하루라도 휴대 전화가 없으면 고통스럽지만, 1991년은 집 전화를 더 많이 사용했고, 늦은 저녁에도 “아름이 있어요?” 하고 친구의 부모님과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를 연결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귀신 이야기’라는 사서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학급에선 이미 전화를 걸어본 아이들의 소름 돋는 증언이 쏟아졌고, 그 대화에서 이 내용을 처음 들은 전, 마치 이미 서비스를 이용해본 것처럼 점심시간 내내 허세를 부렸습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몸이 아파 잠깐 누워 계셨습니다. 두 살 터울의 동생과 잠깐 놀아주는 동안, 학교에서 들었던 귀신 전화 생각이 왜 더 선명하게 떠올랐던 걸까요? 방 무엇에 홀린 듯 방 한편에 놓인 신문을 펼쳤습니다. 당시 신문엔 사서함 서비스 광고가 참 많았는데, 어렵지 않게 귀신이 노려보는 광고의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숨을 죽인 채 번호를 누르자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말의 안내가 나왔습니다. ‘삐-‘알림음 후, 갑자기 귀신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부정확한 발음에, 말이 매우 느린 귀신이었는데,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으려고 저는 온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그때, 잠에서 깬 어머니께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저는 다급히 수화기를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태연하게 동생과 놀던 평상시의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 은밀한 취미 생활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어머니가 외출을 하시는 몇 분, 가사를 하느라 집안 다른 곳에 계신 순간, 저는 틈이 날 때마다 수화기를 들고 귀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저는 너무 자주 전화를 걸어 번호를 외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귀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항상 큰 진척은 없었지만, 계속 할 이야기가 남은 채 전화를 끊게 되어, 다시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탈이 늘 그렇듯, 끝맺음은 좋지 않았습니다. 월말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왔고, ‘유료 서비스’ ‘분당 100원’ 같은 문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꼬마의 한 달 취미 생활 가격은 무려 24만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24만원은 당연히 지금 물가에서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요. 고지서를 받은 날 이 전화에 대해 해명해야 했고, 당시 피해자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은 고스란히 이 내용을 부담하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이제 나이 서른 다섯에 두 돌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이제 귀신 연락처는 외우고 있지 않지만, 세상엔 더 심한 귀신이 득실득실합니다. 이 귀신들은 우리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오고, 누르고 싶게 생긴 버튼을 우리가 보는 화면 곳곳에 놓아둡니다. 제 아이의 단순 호기심으로 제가 24만원의 전화 요금을 고지 받을 가능성은 줄었지만, 귀신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항상 우릴 노리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요즘 귀신들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모바일 환경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시기가 되면, ‘원치 않는 결제’, ‘유해 콘텐츠 노출’이 이어지지 않도록 ‘원터치 지문 인증’ ‘2차 비밀번호 설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자녀가 접할 콘텐츠의 내용이 해당 연령에 맞춰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곁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것입니다. 30여년 전, 제가 처음 만났던 전화 귀신은, 혹시 오늘날 이렇게 경각심을 가지고 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나타난 ‘천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시 비용을 지불하신 부모님께는 아직도 끔찍한 24만원짜리 ‘귀신’이겠지만요.
-이호암

2018년 8월 작년 이맘 때 쯤 이었다. 나는 카페의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고 근무 시간에 누나의 SNS 계정으로 메시지가 왔었다. “뭐해?” 평소 누나의 말투와는 달랐다. 누나와 허물없는 사이인 나는 누나의 말투에 익숙해져 있었고, 자세히 보니 외국 계정이라는 경고문이 대화창에 표시 되어 있었다. 이런 메시지가 나한테 온 게 흥미로웠다. ‘누가 이런 걸 당하겠어?’ 라는 생각을 하며 무시하고 일에 집중했다. 퇴근길에 휴대폰을 꺼냈을 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우리 가족끼리만 들어와 있는 채팅방에 누나의 계정이 2개가 있었다. 어머니가 누나 이름으로 된 가짜계정을 가족채팅방에 초대를 한 것이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가 일을 쉬는 날이었지만 집에 도착 했을 때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잠시 후 어머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오셨고, 운동 갈 준비를 하던 나는 그냥 궁금해서 어디 갔다 오셨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대답 없이 거실 소파에 앉으셨다.
“호암아, 어떻게 하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아까 누나의 이름으로 된 가짜 SNS 계정에 어머니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 보이스피셔는 누나로 가장해 어머니에게 접근하였다.

“엄마 뭐해?”
“집”
“나 지금 핸드폰이 망가져서 컴퓨터로 문자 보내는 중인데 핸드폰 수리비 30만원만 보내줄 수 있어?”
“지금?”
“응 빨리. 우선 회사 선배 돈으로 수리비 냈어. 계좌 여기로 보내주면 돼.”
“네 계좌로 보내주면 되잖아?”
“핸드폰이 망가져서 보낼 수가 없어. 빨리 보내줘 내가 좀 있다가 줄게.”

프로필 사진, 계정 이름까지 틀림없는 누나였기에 어머니는 큰 의심 없이 계좌이체를 하셨다고 했다. 외국계정이라는 경고문도 있었으나 어머니는 돋보기안경 없이 작은 글씨를 볼 수 없으셨고, 폰트를 크게 설정한 메시지 내용만 읽고 별 의심 없이 돈을 그 계좌에 보내셨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그 계정으로 메시지가 왔다.

“엄마, 나 회사에서 옷보고 있는데 이거 되게 괜찮다. 이거 몇 분밖에 안 남아서 빨리 사야 돼 아까 그 계좌로 20만원 만 더 보내줘.”
“너 왜 그러니?”
“빨리 엄마, 회사 선배 카드로 대신 구매하니까 빨리 보내줘.”
“너 OO이 맞니?”
“그럼, 이호암의 누나, 이OO의 딸, 엄마 딸 OO이 맞아 빨리 보내줘.”

이때 어머니는 약간 의심하셨다고 했으나, 보이스피셔는 가족관계와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어머니는 다시 그 계좌에 30만원을 보내셨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메시지가 왔다.
“엄마, 40만원만 더 보내줘. 빨리.”
“너 전화 받아봐.”

어머니는 그 계정과 연결된 인터넷 전화를 거셨고, 전화는 받았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전화를 끊은 후. 어머니는 혹시나 돈을 못 보내면 자신의 딸이 곤란해 질까봐 다시 40만원을 보내셨다.

“엄마, 미안해 일하는 중이라 못 받았어.”
“40만원 보냈어.”
“엄마 사랑해~”

40만원을 보내고 나서 어머니는 아차 싶었지만, 어머니한테 유독 애교 있는 메시지를 잘 보내는 누나의 말투와 비슷했고, 불안한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있을 때, 다시 그 계정으로 메시지가 왔다.

“엄마, 100만원만 더 보내줄 수 있어? 진짜 급해.”
“너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엄마 딸 OO이지.”
“너 지금 회사전화로 내 휴대폰으로 전화해봐.”

“왜이래? 미친”

갑자기 욕설을 뱉자, 어머니는 속았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고,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셔서 지급정지를 신청하셨다. 그러나 이미 그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기에 지급정지가 불가능하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은행직원은 경찰서로 신고접수를 권했고, 경찰서에 신고 접수까지 하고 돌아오신 길이었다. 총 피해액은 90만원, 경찰관도 피해가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너무 속상해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가족 대화방에 초대되어 있던 보이스피셔의 계정과 언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 보이스피셔가 나에게 한말을 잊을 수가 없다.

“90만 원 뜯긴 걸 가지고 왜 난리야? 거지새끼들, 2천만 원, 3천만 원 뜯겨도 아무 말 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거지새끼’라는 모욕을 당했고, 금전적인 피해까지 입었다. 소중한 나의 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고, 세치 혀로 사람들의 가족애를 이용하여 천만 원 단위의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짓을 저지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분노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할 수 있다면 당장 찾아가서 때려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 뒤, 경찰로부터 가해자의 신분이 명확치 않아 수사를 중지하겠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조심하라는 의미로 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의 예상 반응은 ‘그만하길 천만 다행이다.’ 이었으나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들은 굳은 얼굴로 ‘실은..’ 이라며 입을 열었다. 같은 수법으로 친구 한명은 가족이 몇 백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고, 다른 친구 한명은 자신의 사촌이 천만 원 단위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제야 “2천만 원, 3천만 원 뜯겨도 아무 말 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라고 말했던 보이스피셔의 말이 생각나며 소름이 돋았다. 다들 주위에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실 피해액은 천문학 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가족은 다들 헤프닝 정도로 여기지만, 나는 아직도 생각만하면 모욕감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부모님 세대와 그 윗세대 어르신들의 경우 이 메시지가 외국에서 온 메시지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자녀로 가장한 후, 자녀를 위해서 아낌없이 주는 부모님들의 숭고한 사랑을 ‘이용’ 한다. 놀랍게도 내가 경험한 보이스피셔는 우리가족의 이름과 관계까지 모두 알고 있었으며, 가족의 진짜 계정을 알아내어 프로필 사진을 복사하여 똑같이 도용한다. 이렇게까지 한다면 어르신 분들을 속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누구도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보이스피싱을 쉽게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부모님, 가까운 친인척, 조부모님들 까지 외국 계정을 구별하는 법을 친절히 알려 드려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급하게 금전을 요구’ 하는 내용의 메시지는 의심하고 나의 전화번호로, 나의 목소리로 먼저 확인해야 함을 알려 드려야 한다. 전화로 자녀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전화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전화가 오더라도 절대 침착해야하며, 사실 확인이 될 때 까지 절대 금전을 보내면 안 된다고 알려드려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쓸지 말지도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들이 ‘바보같이 누가 이걸 당해’ 라고 생각하는 일을 우리 가족이 당했고,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공개 한다는 건 솔직히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족애를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점, 생각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일말의 죄책감 없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그들의 태도에 분노하여 그 누구도 나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절대로 명심하자.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려 사람을 속이고, 이득을 취하고, 조롱까지 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악마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는 것을,